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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토르는 칼립소의 유혹에도 전혀 흔들림이 없다. 바람의 맹렬한 위세에도 꼼짝 않는 깍아지른 듯한 높은 바위산 같다. 여신은 가끔씩 그가 자신의 질문에 당황하는 것을 보면서 그의 마음속 진실을 끌어낼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버리지 못한다. 그러나 거의 진실을 끌어냈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녀의 희망은 다시 사라지고 ㄴ한다. 그녀가 알아냈다고 생각한 것이 갑자기 모두 그녀에게서 멀어진다.
텔레마코스의 모험 은 프랑스 절대왕정 시기의 대주교 프랑수아 드 페늘롱이 작품으로, 텔레마코스는 그리스 신화의 트로이 전쟁과 그 후를 다룬 오디세이아 의 주인공 오디세우스의 아들이다. 페늘롱은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 를 프랑스어로 번역하면서 오디세이아 에서는 그리 비중이 크지 않았던 오디세우스의 아들 텔레마코스를 주인공으로 한 텔레마코스의 모험 을 구상했다. 이타케의 왕자 텔레마코스는 스승 멘토르와 함께 돌아오지 않는 아버지 오디세우스를 찾아 나선다. 텔레마코스의 모험 은 부정(父情)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소년의 성장기이기도 하며, 통치자에 대한 조언이기도 하다.

루소는 에밀 에서 청소년들이 꼭 읽어야 할 책으로 로빈슨 크루소 와 이 책 텔레마코스의 모험 을 추천했다. 텔레마코스는 오디세우스가 겪었던 배의 난파, 여신의 유혹, 모함과 누명, 전쟁 등과 비슷한 위기들을 겪는다. 심지어 요정 칼립소가 오디세우스에게 반했다가 그가 떠난 뒤, 우연히 그의 아들 텔레마코스가 자신의 섬에 당도하자 오디세우스를 빼닮은 텔레마코스에게 반해 그를 섬에 붙잡아두려 한다는 설정까지 등장할 정도다. 이런 고비고비마다 텔레마코스를 구해내는 것은 다름 아닌 그의 스승 멘토르다.

우리에게는 ‘멘토(mentor)’로 익숙한 조력자 혹은 선배의 어원이 바로 이 멘토르인데, 오디세이아 에서는 단순히 오디세우스의 친구이자 텔레마코스의 스승으로 등장하지만 텔레마코스의 모험 에서는 지혜의 여신인 미네르바가 멘토르로 변장했다는 설정을 추가했다. 지혜의 여신답게 멘토르는 텔레마코스와 항상 함께 하면서 새로운 문물을 접할 때마다 그것의 의미와 교훈을 텔레마코스에게 가르쳐 그가 무모함과 나약함, 무지 등의 껍질을 깨고 장차 올바른 통치자로 성장할 수 있게끔 도와준다. 텔레마코스의 모험 에서 영웅의 조력자로 영웅의 친구나 부하가 아닌 ‘스승’을, 그것도 스승 멘토르가 사실은 신이었다고 한 이유는 페늘롱 자신이 왕손(王孫)의 스승이었기 때문이다.


텔레마코스의 모험 1



텔레마코스의 모험 2

작가 인터뷰
작가 연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