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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 복종

rwjv 2024. 1. 22. 21:41


550년 전에나 지금에나 똑같네요.저자인 18세의 청년은 폭동에 대한 잔인한 진압의 참상을 목격하고 절대권력의 정당성에 의문을 품게 되었고 그로부터 격문을 썼다고 합니다. 하지만 불온한 이 논문은 즉시 출간을 하지는 못하고 사후에 유명인사인 몽테뉴에게 맡겨지고 그로부터 11년이 지나서야 간신히 세상 빛을 보게 되었고 그로부터 200년이 지나서야 그 청년이 살던 세상은 노예의 사슬을 풀고자 일어설 수 있었다고 합니다.무엇이, 이 18세 밖에 되지 않고 대학에도 겨우 1년 다녔을 뿐인 청년에게 이런 날카로운 직관을 주었을까요. 자발적 복종은 우리가 자유를 망각했기 때문에 일어난다고 한다. 대부분의 피지배자들은 처음부터 자유를 누린 적이 없는데 어떻게 알지도 못하는 자유라는 걸 망각할 수 있을까? 아마도 이 때문에 자유를 찾겠다는 대부분의 봉기가 실패하는 것이다. 피지배자들은 처음부터 자유를 모르거나 알더라도 자유가 딱히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자유로웠던 자들도 피지배자가 되는 순간 절반 정도는 거의 즉각 자유를 포기해버린다. 나머지가 아무리 노력해도 소용없는 것이고, 자발적 복종자들은 오히려 지배자들의 충실한 도구가 되어 자유를 체계적으로 말살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이 시키는 대로 남들의 자유를 파괴하는 한, 그는 제한적으로나마 자유로울 수 있다. 그렇다면 자발적 복종의 대척점에 있는 자유란 무엇일까. 사실 자유란 책임지지 않는다는 특권이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어떤 일이든 누군가에게는 책임지우고 싶어하기 때문에 사회 구성원 모두가 자유로울 수가 없다. 자유와 책임은 총량이 서로 똑같다. 내가 자유로울려면 누군가는 그 자유로부터 생기는 결과에 대해 그만한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런데 자유와 책임은 나눠서 거래할 수 있다. 우리는 직장에 묶이고 국가에 묶여 자발적으로 복종하는 대신에 약간의 자유를 누릴 수 있다. 자유만 누리고 책임을 안 지려는 사람은 독재자가 되어 철권을 휘두르든가 정신병자나 범죄자가 되는 수 밖에 없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자발적으로 복종하는 이유이다.
16세기 프랑스의 18세 청년, 라 보에시의 손에서 태어났다. ‘왜 사람들은 복종하는가?’라는 한 청년 법학도의 질문에서 시작되어 프랑스혁명의 도화선은 물론 정치철학의 핵심 사상을 제공한 격정적 논설이다. 라 보에시는 복종의 가장 큰 이유가 ‘습관’이며 자유에 대한 ‘망각’이라고 이야기한다.

사람들은 절대권력이란 존재가 그 자체로 존재한다고 생각하며, 그 오랜 습관이 이어져오면서 종속의 상태를 받아들인 부모 밑에서 자란 후세들은 태어날 때부터 부여받은 ‘자유’를 알아보지 못하고 종속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는 것이다.

권력을 쥔 자들은 시민들에게 향락과 소비의 문화라는 복종에의 미끼를 던지며, 지식인을 배척하고, 때로는 폭력으로 복종의 메커니즘을 지속시킨다. 그리하여 자유를 잃은 사람들은 용기도 함께 잃어가며 ‘자유’라는 자신의 욕망 찾기를 잊고 살아간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이러한 현실은 자발적 복종 이 집필된 지 약 500년이 지난 한국사회에서도 유의미한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다. 라 보에시의 역설처럼, 자발적 복종을 끝장내기 위해서는 자유를 향한 ‘용기’가 필요하다.


역자 서문 ● 복종할 것인가, 자유로울 것인가

자발적 복종
복종, 인간의 놀라운 악습
자유, 인간에게 가장 소중한 재산목록
모든 인간은 자유롭게 태어났다
독재자의 유형
습관, 자발적 복종의 첫 번째 이유
맑은 오성, 굴종의 관습을 깨부수다
백성을 잠들게 하라
지배의 공식
군주와 신하들, 그 인간 이하의 삶

역자 후기 ● 반공주의는 독재정권의 시작을 알리는 징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