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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란 무엇인가”에서 사람이 죽음을 두려워 하는 이유를 ‘박탈 이론’으로 설명한 내용이 있다. 삶이란 고통도 있지만 순간적인 즐거움도 있기에 모든 것을 맛보기전에 빼앗기는 기분, 그것이 ‘박탈감’이 아닐까 싶다.고통, 괴로움과 대비해서 얻게 되는 기쁨, 즐거움의 단맛은 강하다. 그래서 그것을 추구하면서 살아가고 좀 더 맛보기 위해서는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세상을 다 맛보기에는 백년이란 시간도 짧은데, 그 시간이 보장된 것도 아니고 운좋게 장수한다고 해도 노년의 삶은 ‘보이기에는’ 서글프다. 노쇠한 모습, 떨어지는 활력, 물론 노년의 다른 즐거움을 듣긴 하지만 젊음에 비유하자면 쓸쓸한 기분을 피할 수 없다. 젊게 오래살고 싶은 욕망은 동서고금을 망라하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일 것이다. 책은 ‘영생’에 대한 네가지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에 있어 ‘육체’를 벗어나서 생각하기 어렵기 때문에 ‘부활’에 대한 개념은 자연스럽다. 이집트의 미라나, 초기 기독교의 ‘부활’이야기도 인간 = 육체라는 생각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러나 썩어가고 분해되는 육체를 보면서 과연 부활 시점의 내 육체는 과연 나인가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구더기에 먹히고 자연으로 환원되면서 다른 사람의 일부가 된 내 ‘원자’를 소환하자면 다른 사람의 육체를 분해해야하는 것일까? 그건 신의 영역이니 우리가 고민할 바가 아니라고 한다면, 죽어서 부활이 될 때까지 사람의 ‘의식’은 어떤 상태인가? 지금은 기독교에서도 ‘부활’보다는 ‘영혼’으로서의 영생을 더 많이 이야기하지만, 초창기 기독교는 육체적 ‘부활’에 의한 영생이 주된 교리였다. ‘영혼’의 문제로 이야기를 넘겨보면, 우리는 천국에서 ‘인간적인 삶’을 기대하지만 종교에서는 ‘영적인(종교적인) 삶’을 이야기한다. 여기에도 괴리는 있다. 죽어서 사랑하던 사람들을 다시 만나고 현세에서 느꼈던 유사한 즐거움을 천국에서 느끼길 기대하지만 알 수 없다. 이 부분도 인간이 상상하고 느낄 수 없다고 전제한다면, 그렇게 지나갈 이야기이다. 영적인 삶으로 수조의 수조의 수조년 … 을 살아도 끝이 나지 않는 영생은 상상이 안될 이야기이고, 가능하다고 해도 인간적인 삶 으로는 견디지 못할 것이다. 차라리 천사가 된다면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그런데 그건 현재의 내가 아닌 다른 나 일 뿐이다. 인간적인 삶으로 영생을 살 수 있다고 가정해보자. 백살에는 선인이었는데 팔백살쯤 되니 악인으로 변해있고, 백살의 기억조차도 희미하다고 할 때 이 두사람은 같은 사람인가? 아니면 다른 사람인가? 이런 과정을 끝없이 반복한다면 ‘나란 존재는 과연 무엇인가’라는 고민에 빠진다. ‘나란 의식’은 일정 시간에 동안 동질감이 느껴지는 단순한 기억의 덩어리일 수 있다. 어쩌면 ‘나’라는 생각도 일시적인 현상이고 허상일 수 있다. 책은 죽음에 대한 딜레마를 느끼게 한다. 내가 아닌 천사로서 영생을 살고 싶지 않다. 그건 내가 아니다. 그렇다고 지금의 내 ‘의식’을 가지고 있는 인간적인 삶으로서 영생도 축복은 아니다.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은 무엇인가? 영혼을 부정하고, ‘나라는 의식’이 현세에서만 지속된다고 생각하니 서글프다. 이성적으로는 아니라고 생각해도 ‘영혼’의 존재를 믿고 싶어진다. 책을 읽으면서 하나 떠오른 생각은 불교에서 ‘무아’ (내 영혼이 존재하지 않음)는 인간적인 의식을 갖춘 영혼이 아닌 ‘업(가르마)의 집합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이 윤회를 하는 것이고, 깨달음의 단계가 커지면 ‘나’라는 허상을 벗어나 그걸 바라볼 수 있게 되는건 아닐지? 그래서 불교의 근본 교리에서는 ‘나’라는 ‘상’을 벗어나라고 말하고 있는 건 아닐지?큰 이야기에서 바라보지 않으면 끝이 있는 현세의 삶은 허무할 따름이다. 답은 알 수 없지만 천착해볼만 한 주제이다. 그 고민은 현세의 시간을 어떻게 살것인가 로 통하기도 한다. 메멘토 모리. 2019/3/12
영국 대중철학자가 20년 동안 탐구한 ‘영원한 삶’ 인류의 문명을 관통하는 불멸 이야기 불멸의 욕망은 어떻게 문명을 이끌었는가? TED에서 최단시간에 170만 명이 시청하며 화제가 된 스티븐 케이브(Stephen Cave) 박사의 ‘불멸’에 대한 명강의(THE 4 STORIES WE TELL OURSELVES ABOUT DEATH)가 책으로 나왔다. 죽고 싶지 않은 인간의 오래된 욕망, ‘불멸’을 ‘4가지 이야기’로 구분해 설명하면서, 불멸의 욕망이 어떻게 인류의 문명을 이끌어왔는지 풀어내고 있다. 프랑스의 알랭 드 보통과 비견되며 뛰어난 강연으로 소통하는 영국의 대중철학자 스티븐 케이브는 어둡고 막연할 것 같은 주제를 한 편의 소설처럼 흥미진진한 내러티브로 진행한다. 철학책이자 역사책인 불멸에 관하여(IMMORTAL) 는 영원한 삶이 정말로 가능한가? , 영생이 그토록 갈망할 가치가 있는가? 라는 질문을 던진 뒤 그 대답의 과정을 파헤치고 있다. 이 책은 베스트셀러 죽음이란 무엇인가(DEATH) 와 삶이란 무엇인가(LIFE) 에 이은 ‘삶을 위한 인문학(Humanities for Life)’ 시리즈의 세 번째 타이틀로, 인간 정신의 깊이를 드러내고, 인간의 본성에 대해 고찰하며, 인간의 삶이 나아갈 길에 대한 통찰을 제공하고 있다.

들어가며_ 불멸의 욕망 그리고 문명


제1부 문명 이야기
제1장 문명은 어떻게 발전했는가 - 네페르티티의 불멸
네 가지 길 / 두 번째 죽음 / 아텐의 석양 / 영원한 삶에 대한 의지 / 죽음 패러독스 / 문명의 엔진 / 어떤 길이 정상을 향하는가 / 아름다운 여인이 다시 돌아오다

제2부 생존 이야기
제2장 영생을 얻을 자격이 있는가 - 진시황제의 불로초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 죽음의 진격을 막는 성벽 / 신선이 된 서복 / 문명의 마지막 약속, 불멸 / 생명의 묘약 / 연금술의 두 가지 목표 / 센타로 이야기 / 누가 영원한 삶을 바라는가 / 무덤을 둘러싼 수은의 바다
제3장 과학이 죽음을 이길 수 있는가 - 라이너스 폴링의 비타민
마법의 물질, 비타민 / 불멸을 이뤄줄 과학기술 / 트랜스휴머니스트의 등장 / 평범한 인간을 넘어 / 죽을 수 없는 티토누스 / 자연 선택의 허점 / 기술의 위험성 / 최후의 심판 / 과학의 결함 / 폴링이 주는 경고

제3부 부활 이야기
제4장 신은 죽은 자를 되살릴 수 있는가 - 부활의 전파자, 바울
박해하던 자 박해받다 / 부활을 위한 죽음 / 바울이 새로 쓴 신화 / 영광스러운 부활 / 부활 속에 담긴 문제 / 재조립 견해에 대한 세 가지 도전 / 종말은 여전히 가까이 있다
제5장 나를 복제하면 나는 부활하는가 - 돌아온 프랑켄슈타인
메리 셸리의 ‘귀신 이야기’ / 자연의 정복 / 과학이 한계를 극복하려면 / 존재를 모색하는 괴물 / 복제 견해 / 복제 문제에 대한 고찰 / 불멸 공장에 착오가 생긴다면 / 철학자들이 봉착한 난관 / 육체 속에 갇힌 삶

제4부 영혼 이야기
제6장 내 영혼은 천국에 갈 것인가 - 베아트리체의 미소
영혼을 믿는가 / 영혼은 어디로 가는가 / 문명의 영혼 / 개인주의의 탄생 / 천국은 어디에 있는가 / 영혼이 갈 곳을 잃다 / 신보다 야수에 가까운 인간 / 내세에 대한 두 가지 견해 / 천국의 문을 넘어 / 영원으로의 회귀 / 베아트리체의 미소
제7장 다음에도 인간으로 태어날 수 있는가 - 달라이 라마의 윤회
영혼을 담는 그릇 / 동쪽 세상의 영혼 / 깨달은 자 / 낡은 옷을 벗고 새 옷으로 / 우주적 정의의 실현을 위해 / 귀신은 있는가 / 영혼이 있다는 증거 / 육체가 없으면 마음도 사라지는가 / 정신과 육체의 경계선에서 / 물질도 생각할 수 있는가 / 영혼에 대한 반박 / 촛불처럼 불어서 끄다

제5부 유산 이야기
제8장 어떻게 영원한 명예를 얻는가 - 전설이 된 알렉산드로스
세상에서 가장 강한 자 / 영웅이 되는 방법 / 상징의 세상 속에서 살아가기 / 헤로스트라토스 증후군 / 불멸의 명예를 위한 두 가지 단계 / 알렉산드로스라는 다발 / 명예가 남으면 죽지 않는가 / 아킬레우스의 후회
제9장 내 자식은 내 자신의 일부인가 - 올림피아의 핏줄
정복자의 어머니 / 부모에게서 뻗어나온 가지 / 내 의식이 딸에게 이어지는가 / 민족의 불멸 / 초개체로서의 인간과 가이아의 일부 / 생물학적 유산이야기의 두 가지 과제 / 지구적 의식 그리고 개인 / 종말이 정말로 다가온다면 / 생산적 원동력의 변질

제6부 지혜 이야기
제10장 정말로 영원히 죽고 싶지 않은가 - 심연을 본 길가메시
길가메시 이야기 / 칠흑 같은 어둠 / 불멸 추구의 폐해 / 길고 어두운 영혼의 티타임 / 똑같은 일을 계속해서 반복한다면 / 무한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 지혜 이야기의 등장 / 죽음을 물리치는 새로운 방법 / 죽음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아니다 / 세 가지 덕목 / 더 나은 문명을 위해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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